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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99%의 가능성이다]에 해당되는 글 1

  1. 영화보다 더 극적인 경상도 아가씨의 성공담 2010.07.02
(2010년 1월 23일에 올린 글입니다)


아주 어렸을 때 내 롤모델은 소설 <빨간머리 앤>에 나오는 앤 셜리였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멋지게 삶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이 늘 존경스러웠다. 그래서 영어 이름을 애니(Annie)라고 지었다.

고등학교 재학시절에는 우연히 읽게 된 한비야 선생님의 여행기에 꽂혀 그녀를 롤모델로 삼고 죽기 전까지 60개국 여행, 4개국어 정복이라는 목표도 세웠다.

그리고 며칠 전 운명처럼 내 손에 들어온 한 권의 책 덕분에 새로운 롤모델이 생겼다.

바로 전신애 전 美 차관보가 그 주인공이다.

3년 차 직장인이면 누구나 한번쯤 겪는다는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 때문에 복잡해진 머리를 식히기 위해 서점에 들렀다. 도움이 될 만한 책을 몇 권 집어들고 계산대로 향하는데 책 한 권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전신애 선생님이 쓴 <너는 99%의 가능성이다> 였다.

 살까 말까 망설이다 그냥 내려놓았는데 며칠 뒤 회사 선배가 선물이라며 바로 이 책을 던져주었다. 이건  ‘운명이다’ 싶었다.

실존 인물의 성공담은 언제나 많은 영감을 준다. 하지만 배경이 화려하거나 지나치게 천재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면 주눅만 들때도 있다.

 나는 만년 꼴찌가 큰 계기를 통해 서울대에 합격했다거나 한때 방황하던 청년이 우연히 요리를 배우면서 결국 7성급 호텔의 주방장이 됐다는 등의 극적인 이야기가 훨씬 좋았다. 이런 이야기는 어느 영화나 드라마보다 흥미진진하다. 허구가 아니라 실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으로 미루어 볼때 평범한 경상도 아가씨가 우리나라도 아닌 남의 나라에서 노동부 차관보까지 지낸 이야기 보다 더 극적인 인생 역전은 없을 것이다.

재미교포들의 성공담은 넘쳐난다. 골프 선수, 유명 방송사의 앵커, 디자이너...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들은 한국인 이전에 미국인, 즉 한국인이기보다 한국계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경우다.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어 보다 영어가 익숙하고 미국식 사고방식이 몸에 밴 이들의 성공담은 같은 한민족이기에 자랑스럽기는 하나 극적인 감동은 덜하다.

전신애 선생님은 보통의 한국인 여성이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랐고 대학 교육까지 이땅에서 마쳤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남편을 따라 미국에 정착하게 되면서 그녀의 인생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간다.

남편의 권유로 노스웨스턴 대학 대학원에 입학한 뒤 임신 5개월된 몸으로 수업을 들으러 다녔다고 한다. 그게 바로 시작이었다.

전신애 전 美 차관보는 일리노이 주 이중언어교육센터와 난민교육센터 소장을 거쳐 주지사 아시아 담당 특별 보좌관으로 5년 넘게 일했고 그 후 1989년에는 일리노이 주 정부 사상 최초로 동양계 각료로서 금융규제부 장관직에 올랐다.

그후 2001년부터 2009년까지 미 연방 노동부 여성국 담당 차관보를 지냈다.

현모양처의 꿈을 안고 유학생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도미한 아낙이 이뤄낸 성과치고는 과하다.언어의 장벽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부터가 무척 궁금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어갈 즈음에는 그녀의 비결을 저절로 알게 됐다.

그녀는 단지 열심히만 살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잘 부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자서전이기에 모든 내용이 객관적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사람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면 그러하다.

남의 나라에서 정부 요직을 차지했다는 것이 가장 큰 증거다. 높은 자리에 오르는건 실력만 가지고는 불가능 하다. 관계 맺기 능력의 내공이 두터울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만든다.

이 책에는 단지 개인의 성공기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대에서 뒤쳐지지 않는 여성이 되는 노하우들을 전수하고 있다. 처음에는 성공하기까지의 치열한 경험들을 더 많이 알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라는 생각에 조금 아쉬웠지만 그녀는 그냥 열심히 보다 ‘어떻게 열심히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자 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으며 크게 공감했던 글귀를 적어본다.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언제 어디서든 공격성 질문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누구나 자기 입장에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우선은 그럴 수 있다는 점부터 인정해야 한다. 인정한 다음에는 나의 입장을 상대방에게 잘 이해시켜야 하는데 그 최선의 방법은 상대방이 긍정적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다. 관계는 거울과 같다. 상대를 인정하면서 미소로 답하면 그도 미소를 지을 것이고 상대의 공격에 화를 내면 더 큰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몇 번쯤은 슬럼프에 빠지고 절망과 좌절 속에서 괴로워하게 된다. 그럴 때 내가 다시 일어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손을 내밀어 줄 사람이 필요하다. 꼭 가족이나 친구가 아니어도 좋다. 직장 동료일 수도 있고, 학교 선후배일 수도 있고,스승일 수도 있다. 하지만 꼭 기억해야 할 것은 내게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만 필요한 것 아니라는 사실이다.모든 인간관계는 주고받는 것이어서 언제든 나도 다른 사람을 위해 믿음직한 손을 내밀 준비가 항상 되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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