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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30분 기상.
 28년 넘게 살면서 주말에 10시 넘어 일어난 적이 없었는데 회사를 옮기고 나서 부터 줄곧 정오를 넘겨 일어나는 날이 많아졌다. 설마 나이탓은 아니겠지?

점심시간이 되서야 일어나서 눈 비비고 씻고 점심 준비에 나섰다. 오늘 만든 요리는 ‘닭 한마리 칼국수’. 19일날 산 <2000원으로 밥상차리기 6월호>에 나온 레시피다.


마트에서 사온 닭한마리를 잘 씻어서 파, 마늘, 마른 고추를 넣고 30분 정도 끓여 체에 거르면 육수가
완성된다. 

육수 분량 : 닭 한마리, 물(2L), 마늘(6쪽), 대파(1대), 마른고추(1개)

체에 거른 육수를 냄비에 옮기고 감자와 양파, 삶은 닭을 집어 넣고 끓이면 된다. 이때 육수를 한꺼번에 다 넣지 말고 2컵 정도는 빼놔야 나중에 육수가 모자를 때 쓸 수 있다.

브루스타를 이용할까 하다가 할머니가 노인정에 오는 장사꾼에서 사고선 혼날까봐 창고에 몰래 숨겨둔 인덕션 레인지를 우연히 발견해서 그걸 이용했다.

닭한마리에 넣은 야채: 감자(1개 반), 양파(1개)  


양념은 두 가지가 필요한데 부추 양념(왼쪽)과 국물을 얼큰하게 만들 때 넣을 양념장(오른쪽)이다.

부추 양념 : 설탕(1), 식초(3), 간장(3), 물(3), 겨자 (본인 취향)
닭한마리 양념장 : 고춧가루(4), 다진마늘(1), 후춧가루(0.2), 국간장(2), 닭육수(2)

나는 개인적으로 담백한 국물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얼큰한 양념장은 나중에 칼국수를 끓일 때만 넣었다.


부추는 국물에 담가서 살짝 익혀 먹어도 좋고 부추 양념장에 넣어 그냥 먹어도 된다.

레시피 상에서 육수에 별다른 간은 하지 않는 걸로 나왔는데 닭고기를 건져 먹을 때 담백한 국물을 원한다면 육수에 소금간을 아주 약간만 해도 좋을 듯 하다. 그러면 꼭 삼계탕 국물같은 맑은 육수를 즐길 수 있을 듯 하다.

양파 1개를 다 넣었더니 국물이 조금 달달해서 오히려 식욕을 떨어뜨리는 듯 했다. 양파는 무조건 많이 넣지 말고 육수 분량을 고려해 적당히 넣어야 할 듯 했다.   
 


난 부추 양념장이 조금 짠듯 해서 닭 육수를 조금 붓고 닭한마리 양념장도 섞어 먹었다. 칼칼한 양념장이 닭고기 특유의 비릿한 맛을 조금 없애주는 듯 했다.  

닭고기를 다 건져먹었을 즈음 닭한마리 양념장 풀고 칼국수 2인분을 넣어 팔팔 끓였다. 숙취해소가 시급한 동생도 국수만 좀 먹으라고 부르고.


칼국수 끓이다보니 국물이 점점 쫄아서 조금 모자라는 듯 했다. 

아버지가 장난 삼아 식당에서 주문하듯이

"아줌마 죄송한데요~여기 육수 좀 더주세요~"

라고 했고 나는

"아~예예~손님 조금만 기다리세요. 육수 더 드릴게요~"

라고 맞받아치며 처음에 따로 빼놓았던 맑은 육수를 두 국자 더 부었다.

 
두 할머니께는 드시기 편하게 닭한마리 양념장과 육수를 이용해 얼큰 닭칼국수를 끓여드렸다.

미리 빼놓은 닭육수에 닭한마리 양념장은 분량대로, 감자, 양파를 넣고 팔팔 끓이다가 손으로 쭉쭉 찢은 닭고기 넣고, 칼국수 면 넣고 끓인 뒤 다 익으면 그릇에 담아 부추를 고명으로 얹어 내면 됐다. 


닭한마리 칼국수는 내게 특별한 음식이다. 18살 때 첫사랑의 소개로 처음 먹어보았기 때문이다. 닭한마리 칼국수를 먹을 때 마다 그때 그 사람의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자기가 추천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내 모습을 뿌듯하게 바라보던 그 모습이. 아마 그때부터 나는 음식이 사랑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느꼈던 것 같다. 

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사랑했던 한 사람과 함께 했던 추억의 요리. 

식당에서나 먹을 수 있는 줄 음식인 줄 알았는데, 요리책 따라 집에서 해보니 식당 음식 부럽지 않게 흉내가 가능했다. 단지 닭육수를 조금 더 맛깔나게 끓이는 방법을 연구해 봐야 할듯 하다. 

                                            
                                    <2000원으로 밥상차리기 6월호> p.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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