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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죽음>에 대해서 별로 크게 생각하지 않는 20대 여성이었다.

내게 죽음은 드라마와 영화, 뉴스, 신문을 통해서나 접하는 막연한 주제였다.

하지만 어머니와 옛 연인을 연달아 갑작스럽게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뒤로 지난 5년 간 <삶>과 <죽음>은 내 인생의 가장 큰 화두였다.

 가까운 이의 죽음이 남은 사람을 끝까지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후회다.

적어도 내 경우는 그랬다.

 
"나중에 취직해서 돈 많이 벌면 효도해야지", "나중에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사랑한다고 말해야지" 같은 다짐들이 영원히 이룰 수 없는 일들이 됐다는 생각에 늘 괴로웠다.

'왜 진작 잘하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늘 머릿속을 맴돌았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내일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기 위해 예전보다는 조금 더 악착같이 살게 됐다는 것이다.

떠나간 자에 대한 안타까움은 남은 자와 내 인생에 대한 애착으로 바뀌었고 한동안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훌쩍 떠났고, 해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무조건 도전해 봤다. 덕분에 잃은 것만큼이나 얻은 것도 많았다.

이처럼 죽음과 후회라는 키워드를 늘 안고 사는 내가 지난 주말 서점에서 눈에 띄는 책 한권을 발견했다.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서점 한켠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일본에서 말기 암 환자들의 고통을 완화시켜주는, 쉽게 말하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 환자들이 조금 덜 아프게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호스피스 전문의였다.

저자는 지금까지 환자 약 1000명의 마지막을 지켜보았다고 했다. 헌데 그들이 죽기 전 후회하는 것들에는 공통분모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에 그 공통분모를 스물다섯 가지로 추려 담았다.

첫 번째 후회,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더라면
두 번째 후회,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세 번째 후회, 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네 번째 후회, 친절을 베풀었더라면
다섯 번째 후회,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여섯 번째 후회,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더라면
일곱 번째 후회,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더라면
여덟 번째 후회,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아홉 번째 후회, 기억에 남는 연애를 했더라면
열 번째 후회, 죽도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열한 번째 후회,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더라면
열두 번째 후회, 내가 살아온 증거를 남겨두었더라면
열세 번째 후회,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열네 번째 후회, 고향을 찾아가보았더라면
열다섯 번째 후회,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맛보았더라면
열여섯 번째 후회, 결혼을 했더라면
열일곱 번째 후회, 자식이 있었더라면
열여덟 번째 후회, 자식을 혼인시켰더라면
열아홉 번째 후회, 유산을 미리 염두해 두었더라면
스무 번째 후회, 내 장례식을 생각했더라면
스물한 번째 후회, 건강을 소중히 여겼더라면
스물두 번째 후회, 좀 더 일찍 담배를 끊었더라면
스물세 번째 후회, 건강할 때 마지막 의사를 밝혔더라면
스물네 번째 후회, 치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스물다섯 번째 후회, 신의 가르침을 알았더라면

 저자의 솔직하고 적나라한 이야기들이 참 와닿아 아는 동생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나오는 길에 2권 구입했다.

누구나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실감이 날 것이다. 연예인이 폐암에 걸려 죽기 전에 "제발 담배는 피지 말라"고 말한 들 내 아버지가 폐암으로 돌아가시기 전에는 '이거 정말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잘 들지는 않을 것이다. 음주운전 제발 하지 말라고 캠페인을 크게 한다 해도 내 아들이나 친구가 죄없이 희생자가 되고 난 뒤라야 정신이 번쩍 들지 모른다.

책 한 권이 사람을 얼마나 바꿔놓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되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지않기를 바라며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왕이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기 전에 혹은 스스로가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유한한 삶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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