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 Log

지금 아파트는 13년 째 살고 있다.

이사올 때 도배며 가구며 모두 맞췄는데 세월이 지나니 벽지는 때가 타고 가구도 낡아 영 태가 안났다.

나름 돈버는 직장인인데 아버지께 리모델링 하자고 말씀드리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중학교 1학년 때 맞춘 핑크색 침대에 때가 탄 핑크색 벽지로 둘러싸인 방에서 지내는 것도 영 내키지 않았다. 뭔가 변화를 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10년 전에는 나름 큰 돈을 주고 산 원목 가구들을 그냥 버리자니 아깝고 팔기도 뭐하고 몽땅 새로 구입하자니 영 내키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냥 쓰자니 가구들 마다 색도 느낌도 달라서 통일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힘으로 리모델링을 해보기로 결심하고 지난 여름 셀프 인테리어 카페에 가입해 조언을 구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저렴한 가격에 리모델링을 도와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분은 꼼꼼히 방을 둘러보시더니 그날 저녁 견적서를 보내주었다.

‘헉! 350만원?’

3평이 조금 안되는 방과 바로 옆에 붙어있는 베란다를 손보는 대가로 내 두달 치 월급 쯤 되는 리모델링비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결국 2010년 새해를 맞아 미루고 미뤘던 셀프 인테리어에 도전했다.

우선 자신감을 얻기 위해 화장대에 딸린 의자먼저 손보기로 결정했다.


칙칙한 색깔의 원목과 낡은 시트 커버가 오트밀 쿠키색의 원목과 산뜻한 체크무늬 시트 커버로 탈바꿈됐다. (사진보다 실제 모습이 더 예쁘다!)

가구 페인팅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단 사포질이 힘들다는 것과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준비물>
사포 120방, 220방 짜리, 젯소, 페인트, 붓 2개, 롤러, 플라스틱 대야에 비닐봉지 씌워서 트레이 대체, 원단, 타카

<제작 과정>
① 의자 시트 분리하기



② 사포질 하기



    Tip 1.
사포 뒤에는 숫자가 적혀있는데 숫자가 적을 수록 면이 거칠다. 80, 120, 220, 320 등등 으로
                나가는데 80방 짜리 사포가 없어서 120방으로 했다.

    Tip 2. 납작한 사포를 손톱 정리용 스티로폼에 둘러서 사용했다. 잡기가 편해 사포질 하기 좋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저렴한 가격에 사포대용 목재 조각을 판매하고 있다.

    Tip 3. 120방 짜리로 사포질 한 뒤에 220방 짜리로 한번 더 사포질 해주었다.

혼자 하기는 심심하고 버거운 듯 해서 맛있는 밥 만들어 준다는 조건으로 친구의 도움을 받았다.

 

③ 젯소(또는 프라이머) 칠하기 (2회)


젯소는 하얀색 물감 같이 생겼는데 페인트를 칠하기 전에 바탕을 하얗게 만들어 주기 위해 사용한다고 보면 쉽다! 처음에 모르고 왕창 따랐는데 생각보다 소량으로 넓은 면을 칠할 수 있었다.

젯소는 두번 칠했다. 1회 칠한 뒤 어떤 책에서는 4~5시간을 건조시켜야 한다고 했는데 겨울이라 날씨가 건조해서 그런지 나는 1시간 정도 말렸다.

 
④ 페인트 칠하기


처음에는 마트에서 반광 페인트를 샀는데 그 다음날 계란껍질광으로 다시 구입했다.

페인트의 광은 무광 < 저광 < 계란껍질광 < 반광 < 유광 순인데 가구는 은근하게 빛나는 계란껍질광이 예쁘다고 해서 오트밀 쿠키색 계란껍질광으로 인터넷에서 주문했다.

페인트는 3번 정도 발랐다. 1회 도색 후 기다리는 시간은 2시간 정도. (건조 하는 동안 붓은 랩으로 싸둬야 딱딱하게 굳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페인팅이 끝난 뒤 바로 물에 담가 씻어야 하는데 처음에 잘 모르고 방치했다가 새로 산 붓 2개를 버려야 했다.)

 

*처음에는 붓으로 칠했지만 나중에 마지막 페인팅은 롤러로 칠했다. 덕분에 붓자국이 남지 않아 깔끔해졌다.


Tip 1. 계란 껍질광으로 바르면 마지막 코팅제인 바니쉬를 바르지 않아도 되서 여러가지 이유
         로 좋
았다.

Tip 2. 조금 고가라도 무독성 친환경 페인트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처음엔 저렴한 페인트로 작업을 했는데 나중에는 페인트 냄새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Tip 3. 밀폐된 공간에서 절대 하지 말고 베란다나 작업실 등 환기가 충분히 되는 공간에서 해야한다.

 
마지막으로 220방이나 320방 짜리 사포로 붓자국 등 페인트 자국을 문질러 없애주면 끝!

의자 커버에는 새 천을 씌워 타카(큰 스페이플러 같이 생긴 공구)로 고정한 뒤 목재와 다시 조립했다.

시간 낭비에 돈 낭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직접 가구를 리폼해 보니 생각보다 재미있고 또 내가 원하는 대로 내 방을 꾸밀 수 있어 무척 보람되는 것 같다.

2010년 새해를 맞이해 작지만 뜻깊은 ‘개성만점’ 리폼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sub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