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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7일에 쓴 글입니다.)

몇달 전 택시 기사 아저씨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기자 양반은 장래희망이 뭐요?” (직업을 먼저 물으셨고, “명함에는 기자라 나갑니다”라고 대답했을 뿐이다.)

“아..제 꿈은..”

잠시 골똘이 생각하다 “좋은 엄마가 되는 겁니다”라고 씩씩하게 대답하곤 택시에서 내렸다.

직장인에게 장래희망을 묻는 아저씨의 질문도 엉뚱했지만 순간적으로 ‘좋은 엄마’라는 답변을 내뱉은 내 자신에게 조금 놀랐다.

물론 스스로에게 되물어도 대답은 같았다. 내 장래희망은 좋은 엄마,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현명한 엄마가 되는 것이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내게 리처드 니스벳 교수의 <인텔리전스>는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일단  내 아이들은 나보다는 좀 더 나은 삶(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좀 더 나은 사회적 지위)을 누렸으면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유전자가 모든 걸 결정한다는 운명론적인 이야기보다 좀 더 희망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저자 리처드 니스벳은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미시간 대학교 심리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지능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측정하는지부터 지능이 유전으로 이루어지는 것인지 환경에 의해 변할 수 있는 것인지 관찰해 보고자 했다. 여러 다른 심리학자들의 데이터를 제시하며 결국 그가 내세운 결론은 가정환경이 아이들의 IQ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같은 수준의 IQ를 가졌지만 다른 환경에서 자란 서로 다른 그룹의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이 성장한 뒤 IQ나 사회적 지위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위에서 제시한 내용으로 짐작해 볼 수 있듯이 좋은 환경의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더 높은 지능지수를 갖고 학업성취도도 높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부모의 경제력 자체보다는 보편적으로 중산층 가정의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듣게 되는 평균 어휘가 더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빈곤층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중산층에서 자란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긍정적인 자극을 더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영향이 고스란히 아이들의 지능 발달에 영향을 미쳤다.

결국 똑똑한 아이를 낳기 위해 태교에 힘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기르느냐에 따라 내 아이의 잠재력이 옥석처럼 빛날 수도 영원히 빛을 발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같은 과학적 증거는 역으로 따져보면 부모의 경제력 자체가 문제인 것보다 부모의 태도, 인생관, 가치관 등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국 경제력이 부족한 부모라도 책이나 여행, 그 밖의 다양한 도구를 통해 아이와 대화하고 소통해 잠재력을 깨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누군가는 “벌어먹고 사는 것도 빠듯해 아이들 돌봐줄 시간이 부족하다”라고 말할 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은 정답을 제시하는 완벽한 부모를 기대하기 보다 내 편에 서서 격려해주고 최소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런 부모를 기대하는 걸지도 모른다.

물론 저자는 이같은 주장에 반대하는 과학자들도 존재한다고 말한다. 유전자로 모든 게 결정되며 후천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은 극히 미미하다고 주장한다.

유전자 때문에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믿는 것을 유전학적 허무주의라 말한다. 결국 한 사람을 그 자리에 머물게 하는 것은 유전자 그 자체보다 그럴 수 밖에 없다고 믿는 유전학적 허무주의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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