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 Log

반 년전 쯤 가로수길에서 컵케이크를 처음 맛본 뒤부터 입에서 살살 녹는 그 맛을 잊을 수 없었다. 머핀과 비슷하게 생긴, 굉장히 달달한 무언가가 위에 얹어있는 빵이 도대체 뭐길래 1개에 4500원 씩이나 하는거야? 라며 한입 베어 물었고 그 이후부터 ‘가격 정책’을 다시 논하지 않았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행복감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면 충분히 가치있다 싶었다.

작년 겨울 서점을 돌다 <컵케이크, 달콤한 내 인생>이라는 책을 한권 집어 들었다. 예전에 날 기쁘게 했던 맛있는 녀석들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어 냉큼 구입했다.

저자는 매체를 통해 국내 컵케이크 1호점으로 알려진 ‘Life is just a cup of cake’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컵케이크 집의 젊은 사장이었다. 이름도 예쁜 이샘 사장은 컵케이크 집과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은 대형 광고기획사 제일기획을 박차고 나와 막무가내로 지금의 가게를 열었다. 안정된 회사생활을 뒤로 하고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장사를 선택한 건 젊은 날을 좀더 의미있고 행복하고 열정적으로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백화점 식품관에서 다른집 컵케이크를 접하긴 했었지만  ‘국내 1호점’이라는 타이틀에 ‘국내에서 가장 맛있는 컵케이크집’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이곳 컵케이크를 꼭 한번 맛보고 싶었다. 드디어 오늘 그곳을 방문했다.

가게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태원역 2번출구를 나와 300m 정도 직진하다가 새마을금고를 끼고 좌회전 하면 아담한 컵케이크집이 금새 눈에 띈다. 


내가 상상했던 것과 비교해 가게는 훨씬 아담했다. 어제는 총 8가지의 컵케이크가 진열돼 있었는데 기대를 너무 많이 하고 간 탓인지 컵케이크 모양은 생각보다 단순해 보였다.

하지만 이샘 사장의 책을 먼저 읽었기에 그녀가 단지 예쁘고 아기자기한 컵케이크를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색소를 최대한 덜 쓰면서 신선한 맛에 중점을 두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컵케이크 1개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8개 중에서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녀석으로 4개를 골랐다. 또 컵케이크와 찰떡궁합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한잔 주문했다.

친구와 서로 계산하겠다며 훈훈한 신경전으로 벌이고 있는데 종업원이 여긴 나갈때 계산하면 된단다.


‘후불제라니?’
 
잘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식당은 후불제를 택하고 있는데 워낙 요즘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문득
후불제 계산을 택한 이유가 궁금해 졌다. ‘편하게 놀만큼 놀다가 가란 소린가?’

오리지널 바닐라, 블루베리 크림치즈, 얼그레이, 당근. (사진 위쪽부터)

보기만 해도 흐뭇한 녀석들이 내 앞에 놓였다.

제대로된 컵케이크 맛을 보겠다며 저녁을 먹기 전 컵케이크와 커피를 에프타이저로 선택했기에 몹시도 허기져 있었다.

포크로 조금 떼어 내 입안으로 밀어 넣는데 달달한 프로스트가 입 안으로 미끄러졌다.

“아, 행복해”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지금껏 맛봤던 다른 컵케이크보다 빵 촉감이 부드러웠다.

친구는 자신이 고른 ‘오리지널 바닐라’에 대만족 했다. 역시 뭐든 오리지널이 제대로라고 기뻐하면서 말이다. 나도 부인하지 않았다. 오리지널 바닐라는 기본 중의 기본인 맛이었다. 떡볶이로 치면 신당동 떡볶이 겪인 셈이다.


하지만 나는 4가지 중에 ‘얼그레이’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아무래도 컵케이크는 먹다보면 쉽게 왠지 모르게 포만감이 느껴지고 느끼하다는 느낌 마저 드는데 얼그레이 컵케이크는 은은한 향에 뭔가 절제된 컵케이크 맛이 느껴졌다.

당근 맛도 나쁘지 않았다. 견과류과 곁들여져 있었고 당근으로 만들어졌다는 생각에 괜히 건강해 질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컵케이크도 컵케이크지만 난 이곳 인테리어에 더 눈이 갔다.
나무 패널로 장식한 외벽에 소소한 소품들이 마치 외국의 소박한 가정집에 온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내방을 직접 리폼한다면서 시작한게 반년 전인데 이 핑계 저 핑계로 여지껏 방치해놨었다.

아무래도 이곳을 컨셉으로 삼아야 겠다 싶어 곳곳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태원에 갈일은 자주 없지만 종종 달달한 것이 먹고파 질때면 부담없이 들릴 수 있는 가게가 하나 생겼다.

공부에 지친 수험생이나 취업의 문을 넘지 못해 힘들어 하는 친구 혹은 자녀가 있다면 이곳 컵케이크 몇개를 포장해 선물하는건 어떨까. “곧 인생의 단맛을 보게 될거야”라고 한마디 건네면서.

이샘 사장은 서래마을에 2호점도 문을 연 상태다. 다음번에는 서래마을로 구경을 가야겠다. Cupcake No.1 

  1. 선영 at 2010.06.05 11:39 [edit/del]

    나도 좀 이런데 데려가주겠니 ㅠ

    Reply

submit